부산일보

부산 문학·문화사의 중요기록물 4종, 빛을 보다

윤정규·요산문학관·부산소설가협회 ‘최초 기록’
부산작가회의 30년 잇는 35년 자료집도 나와
결과물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 마련돼야

게재 : 2021-03-23 (17면)

<인간애와 향토애의 윤리 요산문학관> 표지
<의인 윤정규의 아카이빙 구축을 위한 자료수집 및 기초연구> 표지
<부산소설가협회 40년> 표지

<부산작가회의 발자취 1985~2020> 표지

부산 문학의 핵심과 관련한 의미 있는 아카이빙 작업이 이뤄져 그 성과물 4종이 나왔다. 이중 3종은 최초로 이뤄진 것이다.

‘의인 윤정규의 아카이빙 구축을 위한 자료수집 및 기초연구’는 2024년까지 연차적으로 진행하는 부산예술인 아카이빙 사업인 ‘부산의 삶, 예술로 기억하다’의 첫 결과 보고서다. 그리고 ‘인간애와 향토애의 윤리 요산문학관’ ‘부산작가회의 발자취 1985~2020년’ ‘부산소설가협회 40년’, 3종 보고서는 코로나 시대에 특별히 예산이 편성돼 진행된 문학 분야 아카이빙 보고서다.

4종은 간단히 말하면 △소설가 윤정규 △요산문학관 15년 △부산작가회의 35년 △부산소설가협회 40년에 대한 아카이빙 작업이랄 수 있다. 모두 공모 심사 과정을 거쳐 부산문화재단의 지원(각 건 3000만 원)으로 이뤄졌다. 이들 결과물은 부산 문학사와 문화사의 중요 기록물이다. 아카이빙 대상들이 부산 문학의 ‘핵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고 시의적절한 아카이빙이라는 평가다. 특히 2016년 문학진흥법 제정 이후 국가적으로, 지역적으로 문학사에 대한 아카이빙 작업이 진행되는 와중에 부산에서도 일부 진행된 것이기 때문이다. 부산문학사에 대한 기록은 성글다. 1999년 출간된 <부산문학사>(부산문인협회)가 부족하나마 거의 유일하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났고 부산 문학의 현재는 상당히 달라져 있다. 더욱이 이주홍문학관(2002)과 요산김정한문학관(2006)도 개관돼 있으나 이주홍과 김정한의 평전뿐만 아니라 문학관 아카이빙도 이뤄진 게 없는 현실이다. 이번 결과물은 이런 열악한 현실을 벗어나는 첫걸음인 것이다. 장차 문화행정의 관심과 문학사회의 열정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소설가 윤정규(1937~2002) 아카이빙은 331쪽에 이르는데 문인 한 명을 두고 부산에서 진행된 최초의 아카이빙이란 점에서 각별하다. 윤정규는 40여 년 작가 생활을 통해 100여 편의 중단편과 장편을 남긴 부산 문학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작가다. 이번 아카이빙은 김정한과 이주홍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바로 다음 문학세대인 윤정규로 문학사 조망의 시야를 넓혔다는 의미가 크다. 이렇게 해서 걸음걸음을 보태야 하는 거다. 아카이빙 보고서는 윤정규의 생애, 작품 활동, 평가와 번역, 사회 활동, 추억이란 6장의 틀을 갖춰 심도 있게 이뤄졌다. 책임연구원 황국명 문학평론가는 “주어진 짧은 기간 동안 작가의 뜨거웠던 삶과 문학을 샅샅이 추적해 복원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요산문학관 15년 아카이빙은 392쪽으로 부산지역 문학관에 대한 최초의 아카이빙이다. 짓고 운영하는 데 너무 힘들었던 요산문학관 역사와 향후 전망을 기록으로 객관화시켜 살필 수 있게 했다. 기획에서 개관까지 3600여 일이 걸렸던 탄생 이야기, 그리고 개관 이후 15년의 시간이 품은 소장 자료, 핵심적인 행사와 오갔던 인연, 네트워크, 미래 전망을 통해 요산의 문학정신을 더 좋은 전시로 시민과 더 넓게 공유해야 한다는 요산문학관의 책무를 밝힌다. 책임연구원 문재원 부산대 교수는 “든든한 공적 지원을 갈망한다. 요산문학관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창발적인 지역문화의 생산지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부산소설가협회(부소협) 40년 아카이빙은 286쪽으로 구성했는데 이도 부소협의 문화사적 위치를 정립하는 전례 없는 첫 아카이빙이다. 여름소설학교, 소설학당, 부산소설문학상, 소설 전문 계간지, 소설가들의 창작 활동 등 8장으로 분류해 ‘40년 큰물’을 이룬 부소협의 발자취를 기술했다. 책임연구원 문성수 소설가는 “부산지역 문화활동 중 소설문학이 차지하는 문화사적 기록을 온전히 남기고자 했다”고 밝혔다.

부산작가회의 35년 아카이빙은 800쪽에 이른다. 이번 아카이빙은 5년 전 발간한 <부산작가회의 30년사>를 잇는 후속 작업으로 1차 자료집 성격이 강하다. 회원 프로필이 핵심으로 400쪽에 가깝고, 100쪽의 여러 회고, 그리고 각종 연보와 자료들로 빼곡 채워졌다. 책임연구원 황선열 부산작가회의 회장은 “회원과 작가회의의 기초 자료 정리에 역점을 두었다”고 했다.

아카이빙 보고서뿐 아니라 관련 영상 3건도 제작됐다. 윤정규·요산문학관·부산소설가협회, 3개 아카이빙 연구팀은 30분짜리 관련 영상을 각각 만들었다. 이는 부산문학과 관련한 드문 영상 작업으로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제를 거론할 수 있다. 첫째 아카이빙의 명확한 개념에 대한 문화계 전반의 공유가 필요하다. 자료를 모으는 것으로 끝내도 되는 건지, 수집한 자료를 분석해야 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할 것인지에 대한 부산문화계의 토론과 인식 공유가 요구된다. 앞으로 아카이빙 작업이 계속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고생해서 만든 아카이빙 결과물이 널리 활용될 수 있게끔 문화계·시민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장과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거다. 셋째 결국에는 아카이빙의 궁극인 부산문학사에 대한 체계적 아카이빙을 수행할 컨트롤타워로서의 부산문학관 추진이 활발히 논의되어야 할 것 같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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