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부산 문화 주춧돌 놓다…탄생 110년 맞아 기리는 한형석
– 업적에 비해 지역서 조명 소홀
– 일대기 담은 뮤지컬·평전 제작
– 국제심포지엄 개최 등 기념사업
– 부산문화재단 올해 대대적 추진
독립운동가이자 음악가, 문화운동가인 먼구름 한형석(1910~1996) 선생 탄생 11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사업이 펼쳐진다. 그의 일대기를 담은 뮤지컬과 평전이 제작되고, 독립운동을 펼친 중국 시안, 상하이를 중심으로 부산과 중국 예술가들의 국제교류사업도 할 예정이다.
부산문화재단은 ‘부산의 정신, 부산의 삶, 예술로 기억하다’를 주제로 예산 2억5000만 원을 들여 올해 기념사업을 벌인다고 23일 밝혔다.
뮤지컬은 공모를 거쳐 제작자를 선정해 오는 11월 부산문화회관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책정된 예산은 1억6000만 원으로 중소극장 무대용으로 제작한다. 올해 4~11월 부산과 중국 시안, 상하이 지역의 문화예술 교류도 펼친다. 부산과 중국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상호 네트워크를 펼치는 한편 도서 발간, 공동 전시회 형태로 교류 결과를 공개한다.
한형석의 항일운동과 음악 및 연극 분야 등의 업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연구하는 토대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대규모 국제 심포지엄도 연다. 국내 연구자는 물론 중국에서 한형석 선생 연구에 매진해온 베이징대 량마오춘 교수 등을 발표자로 초청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에는 시민을 대상으로 한 1차 학술발표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또 그의 삶과 창작 작업을 비평적 관점에서 조명하는 ‘먼구름 한형석 평전’도 발간하기로 하고 필자 선정에 들어갔다.
한형석은 1910년 부산 동래구 교동(현 명륜동)에서 의사이자 독립운동가인 한흥교 선생의 아들로 태어나 1915년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이주했다. 중국국립음악원에서 수학하고 신화예술대학 예술교육과를 졸업한 후, 1939년 독립운동단체인 ‘한국청년전지공작대(韓國靑年戰地工作隊)’에 입대해 교관을 맡았다. 이후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도 수록됐던 ‘압록강 행진곡’을 비롯해 ‘출정’ ‘아리랑 행진곡’ 등 다수의 항일독립군가를 작곡해 발표했다. 1940년 5월 시안에서 전 3막의 항일 오페라 ‘아리랑’을 초연하는 등 우리나라 근대음악사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1948년 9월 귀국한 한 선생은 정부 요직을 맡아달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부산으로 귀향했다. 그는 부산극장장으로 일하면서 영화 ‘낙동강’ 제작에 참여하는 등 부산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전쟁고아들을 위한 문화교육의 하나로 사재를 털어 자유아동극장 및 색동야학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 극장은 2년간 어린이 11만8000명이 찾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지만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다. 부산 서구는 내년 3월 자유아동극장 자리에 극장은 물론 한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 아동 교육시설인 영어 도서관이 들어서는 지상 3층 규모의 건물(국제신문 지난 4일 자 2면 보도)을 올린다. 부산대 중어중문과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1996년 86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재단은 올해 기념사업을 시작으로 연차적으로 규모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부산문화재단 강동수 대표이사는 “한형석 선생은 해방 후 부산 문화예술 발전의 주춧돌을 놓은 분인데도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그를 기리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그분의 삶과 업적을 기림으로써 부산 정신의 재발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