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잊혀진 부산 독립운동가 한형석, 부산표 창작오페라로 부활

루체테음악硏 ‘그 이름 먼구름’, 항일음악가의 고뇌 스토리 담아

– 부산문화재단 콘텐츠 지원 작품

– 성악가 이광근·구민영 등 캐스팅
– 아리아·합창곡 등 밀도있게 구성
– 14·15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부산 출신 독립운동가 겸 작곡가 한형석(1910~1996)을 조명하는 창작 오페라가 무대에 오른다.

부산 출신의 독립운동가이자 작곡가인 한형석(1910~1996). 그를 기리는 창작 오페라가 오는 14일부터 공연된다. 국제신문DB

루체테음악극연구소는 오는 14일부터 이틀간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창작 오페라 ‘그 이름 먼구름’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한형석 선생의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부산문화재단이 추진하는 ‘2020 브랜드콘텐츠제작사업’공모에 선정돼 제작비를 지원받았다.

부산 동래구가 고향인 한형석 선생은 예술의 힘으로 일제에 저항한 구국 예술의 사상가로 손꼽힌다. 일제강점기 중국에서 한국청년전지공작대 소속으로 항일투쟁을 벌이며 군가와 서정가곡, 가극, 아동극 등을 창작했다. 독립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940년 서안에서 가극 ‘아리랑’을 공연하기도 했는데, 이는 국내 최초의 오페라 형식 작품으로서도 가치를 인정받는다.

해방 후에는 고국에 돌아와 사재로 자유아동극장을 세워 6·25 전쟁으로 삶이 망가진 수많은 피난민, 그 중에서도 아동을 예술로 위로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에는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이번에 선보일 작품은 독립군 간부 한형석 선생이 고향 부산으로 내려와 자유아동극장과 색동야학을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사건과 갈등을 주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극을 이끌어가는 한형석 역에는 바리톤 이광근이 캐스팅됐다. 이광근은 일본 교토, 스페인 바르셀로나, 노르웨이 오슬로 등에서 개최한 국제콩쿠르에서 수상했으며 독일 울름극장(Theater Ulm)의 전속 주역가수로도 활동했다. 현재는 부산대학교 음악학과 교수를 맡고 있다.

한국청년전지공작대 대원이자 한형석과 대립하는 인물인 정해석 역에는 소프라노 구민영이 낙점됐다. 이외에도 테너 전병호, 소프라노 박현진, 소프라노 정수정, 소프라노 강소영 등 실력파 성악가가 출연진으로 이름을 올렸다.

연출은 예술창작소 코드의 김성경 대표가, 지휘는 동아대학교 합창 및 지휘법을 강의하는 전진 교수가 맡는다. 예술성뿐 아니라 대중성 있는 작품을 추구한다는 취지로 극 중 아리아나 합창곡, 서곡 등이 따로 공연될 수 있도록 밀도 있게 음악을 구성했다.

루체테음악극연구소 측은 “먼구름 한형석 선생님을 조명하는 창작오페라는 우리가 잊고 있던 부산의 큰 어른과 그의 구국예술 이념을 기억하며, 문화적 다양성의 용광로였던 피난수도 부산의 역사를 아름답게 기록하게 될 것”이라며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두고두고 부산을 대표하는 오페라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작품의 완성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2015년 설립된 루체테음악극연구소는 다양한 장르의 극음악을 연구하고 공연하는 단체다. 창단공연으로 미국 최고의 작곡가 윌리엄 볼콤의 2008년 신작 코믹오페라 ‘루크레치아’를 선보인 이후 부산 지역 공연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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