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문화예술판 어른들 기억할 아카이브 만든다
부산문화재단이 지역 문화 예술에 큰 업적을 남긴 예술인에 대한 아카이빙 사업을 시작한다.
부산문화재단은 지난 3일 “부산 문화 예술계의 사표로 기릴 만한 예술인을 선정해 그들이 남긴 방대한 예술 작업의 결과를 집대성하고 문화사적 위치를 재정립하는 ‘부산 예술인 아카이빙 사업’을 한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 “창작과 발표 작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예술가들의 활동을 보존, 정리해 후세에게 넘겨주는 것”이라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부산문화재단은 부산에서 활동했던 작고 예술인과 원로 예술인 중 해마다 3~4명을 순차적으로 집중 조명하는 아카이빙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예술인 본인이나 유족, 소속 예술 단체 등의 협조를 얻어 저서, 악보, 전시·공연 팸플릿, 언론 보도 기사, 사진, 동영상은 물론 이들에 대한 각종 평론과 증언 자료 등을 폭넓게 수집할 계획이다. 수집·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해당 예술인에 대한 평전 발간, 전시회,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부산문화재단 ‘예술인 아카이빙 사업’
작고·원로 예술인 자료 수집·평전 발간
올해 윤정규·허영길·제갈삼 선생 조명
2024년까지 김석출 선생 등 13명 대상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선정 꼼꼼하게
부산문화재단은 지난 5월 예술인 아카이빙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올해 ‘부산 예술인 아카이빙 사업’ 대상으로 고 윤정규 소설가(문학), 고 허영길 연출가(연극), 피아니스트 제갈삼 선생(음악)을 선정했다. 고 윤정규(1937-2002) 소설가는 부산민족문학회 회장,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부산시문화상과 요산문학상을 받았다. 고 허영길(1940-2018) 연출가는 극단 부산레퍼토리시스템을 창립한 부산 1세대 연극인이다. 원로 예술가 피아니스트 제갈삼(1925-) 선생은 부산대 음악과 교수를 역임한 한국 1세대 피아니스트다.
부산문화재단은 2024년까지 이어질 1차 사업 대상자로 황무봉(전통 무용가), 이상근(작곡가), 김석출(동해안별신굿 보유자), 송혜수(화가), 최민식(사진작가), 이규정(소설가), 오태균(지휘자), 김종식(화가) 선생 등 작고 예술인과 허만하(시인), 조숙자(무용가) 선생 등 원로 예술가를 선정했다. 추후 2차 대상자도 선정해 2025년부터 사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부산 예술인의 업적을 널리 알리겠다는 ‘부산 예술인 아카이빙 사업’에 지역 문화 예술계 반응은 긍정적이다. 다만 대상 예술인 선정에 좀 더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고 아카이빙 사업이 일시적인 조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문화 예술 사료로 활용될 수 있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의 한 원로 작가는 “부산 예술인 아카이빙 사업 문학 부문에 고 최해군 소설가를 넣어야 한다. 최해군 선생은 1962년 〈부산일보〉 현상 장편소설과 〈동아일보〉 희곡에 당선돼 등단 연도가 빠르다. 초대 부산소설가협회장을 맡아 지역 문단에도 크게 기여했다. 1980년대 부산 역사를 알리기 위해 장편소설 〈부산포〉를 쓰는 등 향토사학자로도 왕성하게 활동했다”고 말했다.
미술의 경우 전문적으로 아카이브를 구축 중인 부산시립미술관과 중복되지 않으면서 새로운 내용을 발굴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도록 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지역 미술계에서는 이미 자료가 충분히 많이 발굴된 송혜수, 김종식 작가보다는 새로운 예술가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다. 옥영식 미술 평론가는 “부산 화단 1세대 작가들의 연령을 따진다면 양달석 화백이 먼저다. 양달석 화백은 작품 전체 목록도 없어 아카이빙 작업을 한다면 사료적 가치로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로 1958년 50대 초반의 나이로 별세한 서성찬 화백의 이름도 거론된다.
이에 대해 부산문화재단 관계자는 “앞으로 아카이빙 사업 대상자 선정 등과 관련해 의견 수렴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금아·김상훈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