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소설 같은…부산 예술계 별들의 발자취 복원 첫 결실
게재 : 2021-04-05 (16면)
– 제갈삼 피아니스트 생애 그리고
– 고 윤정규 소설가 미완작 찾아내
– 허만하 시인 등 2차 연구팀 공모
부산의 대표 예술가와 문학관, 작가협회를 총망라하는 아카이빙 작업의 성과물이 나왔다. 국내 최고령 피아니스트인 제갈삼 선생부터 부산 문인들에게 의인으로 기억된 고 윤정규 소설가까지 지역 대표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재조명하는 사업이 첫 단계를 거치고 보고서로 정리됐다.
부산문화재단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차적으로 진행하는 부산 예술인 아카이빙 사업(부산의 삶, 예술로 기억한다)의 첫 성과물로 고 윤정규 소설가, 고 허영길 연극 연출가, 제갈삼 피아니스트의 연구를 마쳤다고 5일 밝혔다.
그 내용을 보면 국내 최고령 피아니스트를 조명한 제갈삼 아카이브 보고서 ‘피아노의 숲’의 프롤로그는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하다. ‘매일 오후 3시, 피아노 앞에 앉는 일은 그의 평생의 습관이다. 1만 점에 달하는 책과 LP, 피아노 앨범 등으로 둘러싸인 서재 벽면, 그 중앙에는 두 대의 그랜드 피아노가 자리 잡고 있다. 오랜 벗인 디아파손과 가까운 벗인 스타인웨이. 부단히 세상을 향해 아름다운 소리를 낸 사람. 그의 삶을 어떤 물질과 치환해야 한다면 이 두 대의 피아노 만한 게 또 있을까’.
제갈삼 피아니스트는 일제 강점기부터 오늘날까지 격동의 역사를 거치며 현대 음악의 부흥을 이끈 주역이다. 편집자는 “그의 삶을 보는 것만으로도 부단함이 가진 커다란 힘을 실감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문학계에서 ‘윤 두목’이라는 애칭으로 불린 고 윤정규 소설가의 작가사와 생애를 복원한 것도 이번 아카이빙 작업의 큰 성과다. 통상 윤 작가의 장편소설 3편이 알려져 있지만, 연구팀은 그가 부산문화에 1984년부터 1987년까지 연재한 미완작 ‘그 6월의 핏방울’을 찾았다. 연구팀은 유신 체제와 신군부 독재에 저항하는 각종 성명서에 참여하면서도 치열하게 작품 활동을 했던 작가의 생애를 구술 등 기록을 통해 생생하게 복원했다.
재단은 또 요산문학관과 부산소설가협회, 부산작가회 연구도 기록으로 담았다. 요산문학관 보고서에는 문학관의 탄생 비화·소장 콘텐츠·사건·크고 작은 인연들·문헌 미디어 소개 등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이 과정에서 요산문학관 소장 유물 전시물을 텍스트 이미지 영상 음성 기록물 등 5가지 분류에 따라 405점으로 목록화한 것은 문학관 개관 15년만에 처음 이뤄진 일로 큰 성과로 평가된다.
재단은 고 황무봉 무용가, 고 이상근 작곡가, 허만하 시인에 대한 2차 아카이빙 연구도 진행할 예정으로, 이달 22일까지 최대 3600만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연구팀을 공모한다. 재단 관계자는 “향후 연구 자산을 토대로 부산예술인 아카이브관의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